공항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완전히 딴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겨우 돌아오는 길이라는 말에, 저도 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걸리는 병'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초췌해진 지인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이 병이 얼마나 삶 전체를 흔들어 놓는지 실감했습니다. 면역력이 무너지면 수두바이러스가 깨어납니다수카르노 하타 공항 터미널 3에서 동생 가족을 기다리던 중이었습니다. 저 멀리서 손을 흔드는 분이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평소와 다르게 살이 쏙 빠지고 안색이 어두운 정여사 님이었습니다. 골프 모임에서 늘 호탕하게 웃으시던 분이 맞나 싶을 만큼 달라 보였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니 한국에서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막 돌아오는 길이라고 하셨습..
골프장에서 문장님이 짧은 퍼터를 자꾸 놓치실 때, 저는 솔직히 전날 음주 탓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오른쪽 눈에 수정체 혼탁, 즉 백내장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여기는 365일 자외선이 내리쬐는 인도네시아입니다. 썬글라스 하나가 이렇게 중요한 문제였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처음엔 먼지 탓인 줄 알았다 — 백내장 초기증상문장님은 봉제공장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오래 일하십니다. 가끔 눈앞이 뿌옇게 끼는 느낌이 드셔도 "먼지 때문이겠지" 하고 넘기셨답니다. 그게 꽤 오래됐다고 하셨어요.백내장이란 눈 안쪽에 있는 수정체(Crystalline Lens)가 흐려지면서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게 되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수정체란 카메라 렌즈처럼 들어오는 빛의 초점을 망막에 맞춰주는 투..
고관절 골절 발생 후 1년 내 사망률이 20%에 달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저는 이 숫자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저희 골프 모임의 최여사님께서 인도네시아 특유의 갑작스러운 정전 때문에 손전등을 찾다가 식탁에 부딪혀 넘어지셨고, 살짝 손을 짚었을 뿐인데 왼쪽 팔에 골절상을 입으셨습니다. 파3 홀에서 드라이버로 니어상까지 받으신 분이, 그냥 넘어지는 것만으로 뼈가 부러지다니. 이 글은 그날의 충격에서 출발합니다. 낙상이 위험한 진짜 이유 — 골다공증이 문제입니다최여사님 사례를 곁에서 보면서 제가 가장 먼저 든 의문은 "왜 살짝 넘어졌는데 뼈가 부러지나?"였습니다.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은 공중에서 회전하다 빙판에 엉덩이를 세게 찧어도 뼈가 부러지지 않습니다. 반면 ..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고 알고 계셨나요? 저도 그렇게 막연히 믿었습니다. 그런데 빠당 식당에서 오랫동안 얼굴을 못 봤던 강여사님을 만나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골프 스윙이 춤처럼 우아하던 분이 옷도 제대로 못 입고 외출조차 자제하셨다니, 오십견이 얼마나 일상을 무너뜨리는지 그날 처음으로 실감했습니다. 오십견, 정말 오십 대에만 오는 걸까요?강여사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솔직히 '나도 안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저도 하루 종일 같은 자세로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날이 많거든요. 찾아보니 오십견의 정확한 명칭은 유착성관절낭염(Adhesive Capsulitis)입니다. 여기서 유착성관절낭염이란, 어깨를 감싸는 얇은 관절막이 두꺼워지고 굳어지면서 어깨 전체가 서서히 얼어붙는..
공황장애 진료 건수는 최근 기준 그 이전 대비 40~50% 급증했습니다. 저도 그 숫자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30년 무사고 운전 경력의 제가, 운전대를 잡는 것조차 두려워지던 날이 왔을 때, 처음엔 그게 공황장애인지도 몰랐습니다. 공황 발작, 단순 불안과 어떻게 다른가제가 처음 이상함을 느낀 건 인도네시아의 고가도로 위에서였습니다. 차창 밖으로 10층 높이의 도로가 펼쳐지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고 눈물이 찔끔 흘렀습니다. 운전기사가 옆에 있었는데도, 저는 그 몇 분이 너무 길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좀 예민한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이게 반복되면서 쇼핑몰에 가는 것도 꺼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죠.공황 발작(panic attack)이란, 실제로 위험하지 않은 상..
인도네시아 루코(Ruko) 3층 사무실 계단을 내려올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립니다. 아침마다 1시간씩 걷기 운동을 하는데도 이 모양이라니,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50대 중반, 폐경 이후 부쩍 빠르게 근육이 빠지고 있다는 걸 계단 앞에서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계단을 내려갈 때만 유독 다리가 떨리는 이유제가 근무하는 사무실은 인도네시아 특유의 건축 형태인 루코(Ruko) 건물 3층과 4층에 있습니다. 루코란 집(Rumah)과 상가(Toko)가 합쳐진 말로, 1층과 2층은 상가, 위층은 주거 공간으로 쓰는 인도네시아 꼬마빌딩입니다. 층당 약 20평 남짓의 좁은 직사각형 구조에 계단은 1층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려다 보니 좁고 가파르게 설치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제가 직접 겪어보니 올라갈 때는 그럭저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