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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에서 문장님이 짧은 퍼터를 자꾸 놓치실 때, 저는 솔직히 전날 음주 탓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알고 보니 오른쪽 눈에 수정체 혼탁, 즉 백내장이 진행 중이었습니다. 여기는 365일 자외선이 내리쬐는 인도네시아입니다. 썬글라스 하나가 이렇게 중요한 문제였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처음엔 먼지 탓인 줄 알았다 — 백내장 초기증상
문장님은 봉제공장을 운영하시기 때문에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오래 일하십니다. 가끔 눈앞이 뿌옇게 끼는 느낌이 드셔도 "먼지 때문이겠지" 하고 넘기셨답니다. 그게 꽤 오래됐다고 하셨어요.
백내장이란 눈 안쪽에 있는 수정체(Crystalline Lens)가 흐려지면서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게 되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수정체란 카메라 렌즈처럼 들어오는 빛의 초점을 망막에 맞춰주는 투명한 조직을 말합니다. 이 조직이 혼탁해지면 안경을 써도 원거리·근거리 모두 선명하지 않게 됩니다.
증상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단순히 침침한 것 외에도, 밝은 낮에 오히려 더 안 보이는 주맹(晝盲)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여기서 주맹이란 빛이 강한 환경에서 혼탁해진 수정체가 빛을 산란시켜 시야가 오히려 뿌옇게 느껴지는 현상입니다. 또 드물게는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거나, 핸드폰 글씨가 갑자기 돋보기 없이도 잘 보이는 역설적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문장님께서는 평소에 골프장에서도 썬글라스를 즐겨 쓰시는 분이라 주변 사람들은 눈에 이상이 생긴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이런 경우가 생각보다 많을 것 같습니다.
- 안경을 써도 원·근거리 시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됨
- 밝은 환경에서 오히려 눈부심이 심해지고 더 안 보임 (주맹)
-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이거나 뿌옇게 보임
- 돋보기 없이도 가까운 글씨가 갑자기 잘 보이는 역설 증상
- 눈 안쪽에서 무언가 끼는 느낌이 반복됨
너무 일찍도, 너무 늦게도 안 된다 — 수술시기와 치료법
문장님은 결국 한국에 병원을 예약하고 휴가를 내서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까지 비행시간만 7시간이고, 수술 후 회복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거의 두 달 만에 인도네시아로 돌아오셨으니까요. 그걸 보면서 제가 느낀 건, 수술 결정이 늦어질수록 준비할 게 훨씬 많아진다는 겁니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IOL, Intraocular Lens)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여기서 인공수정체란 수정체 역할을 대신하도록 눈 안에 영구 삽입하는 인공 렌즈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초음파 유화술로 수정체를 잘게 부수고 흡입한 뒤,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넣는 방법이 쓰입니다. 최근에는 펨토초 레이저(Femtosecond Laser)를 활용해 더 정밀하게 수정체를 분쇄한 후 제거하는 방식도 일부 환자에게 시행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펨토초란 1조 분의 1초 단위로 나오는 극초단 레이저로,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백내장 수술은 무조건 빨리 받는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안과 자료에 따르면, 합병증이 없는 초기 백내장을 너무 일찍 수술하면 득보다 실이 생길 수 있다고 합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넣으면 근거리 시력이 불편해질 수 있고, 다초점 인공수정체(Multifocal IOL)를 선택해도 빛번짐 등의 불편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수술 시기를 너무 놓치면 딱딱해진 수정체를 통째로 적출해야 해서 수술이 더 어렵고, 출혈이나 난시 같은 합병증 위험도 높아집니다.
반면, 수정체가 팽창해 녹내장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보이면 초기라도 빠르게 수술해야 한다고 합니다. 타이밍이 그만큼 중요합니다.
왕의 귀환 — 자외선예방이 만든 차이
두 달 만에 돌아오신 문장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술 후 강제 금주 덕분에 뱃살까지 빠지셔서 더 패셔너블해지셨고, 골프장에서는 전매특허인 로브샷(Lob Shot)이 완전히 살아났습니다. 로브샷이란 골프공을 높이 띄워 그린에 떨어진 자리에서 거의 굴러가지 않도록 하는 고난도 샷으로, 정교한 거리 감각과 시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백내장이 수술 전 그 감각을 갉아먹고 있었던 거죠.
문장님께서 복귀하신 뒤 저희 골프 모임에 강조하신 게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외선(UV) 차단입니다. 자외선은 백내장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수정체 세포에 산화 스트레스를 축적시켜 혼탁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자외선 노출이 백내장 발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출처: WHO).
인도네시아는 적도에 가까운 나라라 365일 자외선 지수가 높습니다. 제가 직접 살아보니, 흐린 날에도 자외선은 생각보다 강하게 내리쬡니다. 그래서 저도 요즘은 귀찮더라도 외출할 때 반드시 UV 차단 기능이 있는 썬글라스를 챙기려고 신경 씁니다. 문장님 이야기를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다면 아직도 대충 넘겼을 것 같습니다.
노화가 백내장의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당뇨·고혈압·비만 같은 대사성 질환,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 복용, 아토피피부염에 의한 눈 염증 등도 발병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젊다고 안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백내장이랑 노안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가장 큰 차이는 '어느 거리가 안 보이느냐'입니다. 노안은 수정체의 조절력이 떨어져 가까운 것만 안 보이는 상태입니다. 반면 백내장은 수정체 자체가 혼탁해져서 원거리·근거리 구분 없이 전반적으로 시력이 저하됩니다. 돋보기를 써도 흐릿하다면 노안보다 백내장일 가능성을 먼저 의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백내장 수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가요?
A. 수술 자체는 짧지만,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옆에서 지켜본 경험으로는 문장님께서 인도네시아로 복귀하시기까지 약 두 달이 걸리셨습니다. 특히 해외 거주자라면 이동 거리와 사후 진료 일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미리 충분한 여유를 잡는 게 현실적입니다.
Q. 젊은 사람도 백내장에 걸릴 수 있나요?
A. 네, 가능합니다.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장기 복용하거나, 아토피피부염이 있는 경우, 또는 당뇨 같은 대사성 질환이 있을 때 나이와 무관하게 발병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보고에 따르면 아토피피부염 환자의 약 10%에서 백내장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어, 젊은 층도 정기 안과 검진이 권장됩니다.
Q. 백내장을 약으로 치료할 수 있나요?
A. 현재까지 상용화된 약물 치료법은 없습니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되돌리는 약은 아직 개발 중이며, 현재로서는 수술이 유일한 완치 방법입니다. 다만 자외선 차단과 금연, 대사성 질환 관리 등으로 발병 시기를 늦추는 것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Q. 썬글라스가 정말 백내장 예방에 도움이 되나요?
A. 도움이 됩니다. UV 차단 기능이 있는 썬글라스는 수정체에 쌓이는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 백내장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인도네시아처럼 연중 자외선 지수가 높은 지역에서는 흐린 날에도 착용 습관을 들이는 것이 현실적인 예방책입니다.
결론
문장님 이야기가 저한테는 꽤 큰 각성이었습니다. 어프로치와 퍼터를 예술적으로 다루시던 분이 짧은 퍼터를 자꾸 놓치실 때, 저는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었으니까요. 눈 건강은 뭔가 확연히 나빠진 뒤에야 신경 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백내장만큼은 초기 증상이 워낙 애매해서 더 그렇습니다.
지금 눈이 가끔 침침하거나 밝은 데서 유독 더 안 보인다 싶으시면, 단순 피로나 노안으로 넘기지 말고 안과에서 수정체 상태를 확인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오늘 외출하실 때 UV 차단 썬글라스 하나 챙겨 쓰시는 것, 그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예방입니다. 저도 매일 실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