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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장애 진료 건수는 최근 기준 그 이전 대비 40~50% 급증했습니다. 저도 그 숫자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30년 무사고 운전 경력의 제가, 운전대를 잡는 것조차 두려워지던 날이 왔을 때, 처음엔 그게 공황장애인지도 몰랐습니다.

공황 발작, 단순 불안과 어떻게 다른가
제가 처음 이상함을 느낀 건 인도네시아의 고가도로 위에서였습니다. 차창 밖으로 10층 높이의 도로가 펼쳐지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고 눈물이 찔끔 흘렀습니다. 운전기사가 옆에 있었는데도, 저는 그 몇 분이 너무 길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좀 예민한가 보다' 하고 넘겼는데, 이게 반복되면서 쇼핑몰에 가는 것도 꺼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건물이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였죠.
공황 발작(panic attack)이란, 실제로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서 뇌의 편도체가 오작동을 일으켜 극도의 공포 반응을 쏟아내는 상태를 말합니다. 여기서 편도체란 뇌 안에서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경보를 울리는 역할을 하는 부위로, 쉽게 말해 '뇌 속의 화재경보기'입니다. 이 경보기가 고장 나서 아무 이유 없이 울려대는 것이 바로 공황 발작입니다.
공황 발작의 신체 증상은 단순한 긴장감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숨이 막히고, 손발이 떨리며, 심한 경우 "지금 죽는 게 아닌가"라는 공포가 밀려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단순 불안은 스트레스 상황이 지나가면 가라앉지만, 공황 발작은 상황과 무관하게 나타나고, 발작 이후에도 "또 그러면 어떡하지"라는 예기 불안(anticipatory anxiety)이 이어집니다. 여기서 예기 불안이란, 발작 자체보다 '다음에 또 일어날까 봐' 두려워하는 심리 상태를 말합니다. 이 예기 불안이 일상을 조여오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공황장애입니다.
DSM-5 기준에 따르면, 가슴 두근거림·호흡 곤란·발한·떨림·어지럼증·이인감 등 13가지 신체·심리 증상 가운데 4가지 이상이 지속될 때 공황 발작으로 진단합니다(출처: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DSM-5). 저는 이 리스트를 나중에 보고 나서야 "아, 이게 다 그거였구나" 하고 소름이 돋았습니다.
- 공황 발작: 죽을 것 같은 공포와 함께 갑작스러운 신체 증상이 동반됨
- 예기 불안: 발작 이후 "또 생길까 봐" 지속적으로 두려워하는 상태
- 회피 행동: 발작이 일어났던 장소·상황을 피하기 시작하면서 일상이 좁아지는 것
- 진단 기준: 13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 + 예기 불안 또는 회피 행동 동반
회피 행동이 삶을 얼마나 좁혀가는가, 그리고 인지행동치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비행기 타는 것을 포기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코로나가 끝나고 하늘길이 열렸을 때,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휴가를 가야 했는데 못 갔습니다. 지인들에게는 "티켓값이 너무 비싸서요"라고 둘러댔습니다.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저만 알고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무섭고, 한국에서 혼자 운전하는 것도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회피 행동(avoidance behavior)이란, 발작이 일어났거나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을 체계적으로 피하기 시작하면서 행동반경이 점점 줄어드는 현상을 말합니다. 지하철 대신 택시를 탄다, 터널이 있는 도로는 돌아간다, 쇼핑몰을 안 간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아 보이지만 이 회피가 쌓이면 일상 자체가 작아집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됩니다.
결국 저는 극단의 방법을 택했습니다. 비행기 탑승 전날 저녁, 소맥(소주+맥주)을 세 잔 말아 마셨습니다. 기내에서는 와인을 연달아 두 잔 더 마셨고, 이륙할 때쯤 스르르 잠이 들어서 내릴 때까지 깨지 않았습니다. 옆자리 승객에게는 미안했지만, 그때는 그게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음주로 증상을 눌러버리는 건 오히려 공황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압니다. 숙취 상태가 되면 몸이 더 긴장되어 공황 증상이 도리어 심해진다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치료 측면에서는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al Therapy)가 공황장애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인지행동치료란, "죽을 것 같다"는 왜곡된 생각 자체를 교정하는 심리 치료로, 공황이 오더라도 실제로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익히는 연습을 반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약물 치료(주로 항우울제)와 병행하면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한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도 공황장애의 주요 치료로 약물요법과 인지행동치료의 병행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저는 병원 치료 대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갱년기 공황 증상에 도움이 된다는 건강보조식품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2주쯤 지나자 증상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제 경우엔 이게 효과가 있었지만, 이게 모두에게 맞는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더 정확히는, 약과 함께 마음가짐이 바뀐 것이 컸습니다. "완전히 낫겠다"는 목표 대신 "어제보다 오늘 하루를 더 편하게 살자"로 기준을 바꿨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증상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어떤 날은 있고, 어떤 날은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 그 공포만큼은 아닙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불안하고 가슴이 두근거리면 공황장애인가요?
A. 단순히 불안하거나 가슴이 뛰는 것만으로는 공황장애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공황 발작은 이유를 모른 채 갑작스럽게 극도의 공포가 밀려오면서 숨막힘·떨림·어지럼증 등 신체 증상이 함께 나타납니다. 발작 이후 "또 생길까 봐" 두려워하는 예기 불안, 그리고 특정 장소나 상황을 아예 피하는 회피 행동이 동반될 때 공황장애로 진단합니다.
Q. 갱년기에도 공황장애가 생길 수 있나요?
A. 그렇습니다. 저도 갱년기를 지나면서 공황 증상을 처음 겪었습니다. 갱년기에는 호르몬 변화로 자율신경계가 불안정해지면서 편도체가 과민해질 수 있어, 공황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공황장애는 나약한 사람이 걸리는 병이 아니라 뇌의 경보 체계가 오작동하는 상태이므로, 부끄럽게 여기지 말고 전문 상담을 받아보시는 걸 권합니다.
Q. 공황 증상이 왔을 때 집에서 바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복식 호흡이 대표적입니다. 배가 부풀어 오르도록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 과도하게 긴장된 몸 상태를 진정시키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나비 포법(양손을 가슴에 엇갈려 올리고 번갈아 두드리는 동작)도 불안을 낮추는 안정화 기법으로 활용됩니다. 단, 음주로 증상을 덮으려는 방법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Q. 공황장애는 완치가 가능한가요?
A. 공황장애는 약물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에 속하는 질환입니다. 인지행동치료와 항우울제를 병행하면 상당수의 경우 증상이 크게 개선됩니다. 다만 제 경험상 "완치"라는 기준을 너무 엄격히 잡으면 오히려 힘들어집니다. 증상이 들쑥날쑥하더라도 일상을 조금씩 되찾아가는 것 자체가 회복의 과정이라고 이해하는 편이 훨씬 마음이 편했습니다.
결론
2년이 지난 지금, 저는 다시 비행기를 탑니다. 물론 고가도로를 지날 때 여전히 가슴이 살짝 조이는 날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처럼 눈물까지 흘리지는 않습니다. 제가 스스로 크게 다르게 한 건 딱 하나입니다. "이 증상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싸움 대신, "오늘 하루를 어제보다 조금 덜 무섭게 살자"는 방향으로 바꾼 것입니다.
공황장애 증상이 느껴진다면, 일단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나 내과를 찾아 신체 이상 여부부터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갑상선 질환이나 심장 문제가 비슷한 증상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신체검사와 상담을 함께 받는 것이 정확한 진단의 출발점입니다. 공황장애는 뇌의 알람이 고장 난 것이지, 내가 약해서 생긴 일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