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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저근막염은 대부분 저절로 낫는 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7개월이 걸렸습니다. 그 차이가 어디서 왔는지, 2년간 매일 아침 걷기운동을 해온 사람이 하루아침에 절둑거리게 된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정리했습니다.

왜 꾸준히 운동한 사람이 갑자기 발바닥이 망가질까 — 발병 원인
2년 가까이 거의 매일 1시간씩, 온몸에 땀이 날 정도의 속도로 아침 걷기운동을 해왔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나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운동 도중, 왼쪽 발바닥 아치 한가운데가 오십원짜리 동전 크기로 불끈 솟아오르듯 아파왔습니다. 신발 속을 뒤집어봤지만 돌맹이 하나 없었습니다. 그게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이었습니다. 족저근막염이란 발바닥 아치를 지지하는 두꺼운 섬유 조직인 족저근막(plantar fascia)에 미세 파열과 염증이 반복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원인을 따지고 보니 딱 두 가지였습니다. 한국에서 온 동생들과 36홀, 그리고 바로 다음 날 18홀을 연달아 돈 과부하(overuse). 그리고 멋부린다고 신은 밑창 얇고 발볼 좁은 골프화. 일반적으로 족저근막염은 과도한 운동이나 체중 부담 때문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신발이 절반의 범인이었습니다. 아무리 체력이 준비돼 있어도, 발을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신발 한 켤레면 충분히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족저근막은 발 뒤꿈치뼈(종골, calcaneus)에서 시작해 발가락 쪽으로 뻗어 있는 구조물입니다. 여기서 종골이란 발바닥 뒤쪽에서 지면과 가장 먼저 닿는 뼈를 의미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 조직의 탄성이 떨어지고 뻣뻣해지는 건 피할 수 없습니다. 뻣뻣해진 조직은 종이처럼 쉽게 찢어집니다.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조직이 아닌 것이죠. 스트레칭을 생활화하지 않고 살아온 것이 결국 두 번째 원인이었습니다. 저도 걷기운동은 열심히 했지만, 운동 전후 발바닥과 종아리 스트레칭은 솔직히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운동만 하면 된다는 착각이 있었던 겁니다.
- 과부하(overuse): 짧은 기간 내 무리한 활동량 증가
- 부적절한 신발: 밑창이 얇거나 쿠션이 없는 신발 착용
- 스트레칭 부재: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의 만성적 경직
- 체중 부담: 발바닥에 집중되는 하중 증가
스트레칭을 하면 낫는다고? — 정확한 방법이 전부입니다
족저근막염에 스트레칭이 중요하다는 말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스트레칭을 하면 낫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어떻게 하느냐'가 전부였습니다. 저도 초반 몇 주는 발바닥을 그냥 손으로 주무르는 수준으로 마사지를 했는데, 그건 스트레칭이 아니라 그냥 마사지였던 겁니다. 전혀 효과가 없었습니다.
정확한 방법은 이렇습니다. 한 손으로 발뒤꿈치를 밀어내듯 고정하고, 다른 손으로 발가락 전체를 말아 쥐어 위로 꺾어 올립니다. 이렇게 하면 족저근막이 팽팽하게 긴장됩니다. 이 긴장 상태를 유지한 채로 엄지손가락이나 손가락 옆면으로 발바닥을 뒤쪽에서 앞쪽으로 쭉쭉 문질러 주는 것이 진짜 스트레칭입니다. 발가락을 꺾지 않은 채로 문지르면 그냥 마사지에 불과하고, 족저근막에 실제로 자극이 가지 않습니다. 대한정형외과학회에서도 족저근막염의 1차 치료로 스트레칭 운동을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대한정형외과학회).
종아리 스트레칭도 빠져선 안 됩니다. 아킬레스건(Achilles tendon)이 뻣뻣하면 보행 중 발목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그 부담이 족저근막으로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여기서 아킬레스건이란 종아리 근육과 발뒤꿈치뼈를 연결하는 인체에서 가장 강한 힘줄로, 이것이 굳으면 걸을 때마다 족저근막에 과도한 장력이 걸리게 됩니다. 무릎을 편 상태에서 발목이 20도 이상 뒤로 젖혀질 정도까지 충분히 늘려주는 것이 기준입니다.
저는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 이불 속에서 먼저 양쪽 발을 5분씩 스트레칭하는 루틴을 만들었습니다. 처음엔 번거롭고 귀찮았는데, 이걸 빠뜨린 날과 챙긴 날의 첫 걸음 통증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족저근막염이 아침 첫 발걸음에 통증이 집중되는 이유는, 수면 중 발이 자연스럽게 오그라들었다가 갑자기 체중이 실리며 뻣뻣해진 족저근막이 한꺼번에 늘어나면서 미세 파열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7개월 만에 다시 뛴 회복 경험 — 제가 실제로 한 것들
족저근막염은 의학적으로 대부분 저절로 낫는 질환으로 분류됩니다. 미국 정형외과학회(AAOS)에 따르면 족저근막염 환자의 약 90%는 보존적 치료만으로 6~18개월 내에 증상이 호전됩니다(출처: American Academy of Orthopaedic Surgeons). 그런데 저절로 낫는 병이라고 해서 내버려두면 낫는 게 아닙니다. 이 부분이 제가 직접 겪어보고 나서 가장 정정하고 싶은 오해입니다. 낫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칭 없이 계속 걸으면 기존 염증이 아물기도 전에 새로운 미세 파열이 반복적으로 생기는 겁니다. 저는 그 악순환을 끊는 데 7개월이 걸렸습니다.
제가 직접 해본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쁜 골프화를 전부 처분한 것이었습니다. 쿠션 없는 신발은 발에 사치가 아니라 폭력입니다. 그 자리에 발볼이 넉넉하고 아치 지지가 되는 골프화를 한국에서 직접 배송받아 사용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도 골프화는 살 수 있지만, 같은 제품이 한국보다 훨씬 비싸고 선택지가 좁습니다. 지인 편으로 받아 오는 게 현실적이었습니다.
일상화도 굽 있는 것들을 전부 신발장 깊숙이 밀어 넣었습니다. 대신 족저근막염에 도움이 된다는 기능성 운동화를 가격대별로 여러 켤레 구입해서 번갈아 신었습니다. 비싼 것이 꼭 좋은 건 아니었고, 가성비 좋은 것 중에도 발이 편한 제품이 있었습니다. 발 내재근(intrinsic foot muscle) 강화 운동도 병행했습니다. 발 내재근이란 발바닥 안쪽에 여러 층으로 배열된 짧은 근육군으로, 족저근막과 함께 발의 아치를 지지하고 보행 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합니다. 수건을 바닥에 깔고 발가락으로 끌어당기거나, 수건을 발가락으로 움켜쥐고 버티는 운동을 TV 보면서 꾸준히 했습니다.
그리고 TV를 볼 때마다 냉동실에서 꺼낸 플라스틱 물병을 발바닥 염증 부위에 대고 굴렸습니다. 냉마사지(ice massage)는 염증 부위의 혈류를 조절하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체중 감량을 위해 아침과 점심 식단을 조절한 것도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퇴근 후 가끔 하는 음주는 끊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다 내려놓을 수는 없었고, 그래도 7개월 만에 아침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족저근막염은 얼마나 있으면 낫나요?
A.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8개월 사이에 자연 호전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스트레칭과 신발 교체를 병행하지 않으면 그 기간이 훨씬 길어집니다. 저는 제대로 관리를 시작한 뒤로 7개월이 걸렸습니다.
Q. 족저근막염인데 걷기운동 계속해도 되나요?
A. 가급적 급성기에는 활동량을 줄이는 것이 맞습니다. 걷지 않으면 기존 염증은 서서히 흡수되지만, 스트레칭 없이 걸으면 새로운 미세 파열이 계속 생겨 낫지 않는 상태가 반복됩니다. 저는 통증이 심한 초반 2~3개월은 아침 걷기운동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Q. 체외충격파 치료를 받으면 빨리 낫나요?
A. 체외충격파(ESWT, extracorporeal shock wave therapy)가 도움이 되는 경우도 분명히 있습니다. 여기서 체외충격파란 피부 밖에서 고에너지 음파를 병변 부위에 집중 전달해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법입니다. 다만 스트레칭과 생활 습관 교정 없이 시술만으로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치료를 10회 이상 받고도 낫지 않는 분들이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전문의 소견도 같은 맥락입니다.
Q. 족저근막염에 어떤 신발이 좋은가요?
A. 발볼이 넉넉하고, 아치 지지(arch support)가 있으며, 밑창 쿠션이 충분한 신발이 기본 조건입니다. 저는 비싼 것과 가성비 좋은 것을 섞어 여러 켤레를 번갈아 신었는데, 가격보다는 발이 실제로 편한가가 기준이었습니다. 굽이 있거나 밑창이 얇은 신발은 증상이 완전히 가라앉은 뒤에도 가급적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Q. 다 나은 것 같은데 스트레칭을 안 해도 되나요?
A. 증상이 없어졌다고 스트레칭을 끊으면 재발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족저근막과 아킬레스건은 나이가 들수록 탄성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통증 유무와 관계없이 스트레칭을 생활 루틴으로 유지하는 것이 재발 방지의 핵심입니다. 저도 지금은 아침 운동 전 발바닥 스트레칭을 빠뜨리지 않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결론
족저근막염은 저절로 낫는 병이 맞습니다. 그런데 저절로 낫게 두려면 조건이 있습니다. 새로운 염증이 생기지 않아야 합니다. 그 조건을 만드는 것이 스트레칭이고, 신발이고, 발 내재근 강화입니다. 저는 7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 않은 이유는 지금 아침마다 다시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발뒤꿈치가 아프다면, 병원 예약보다 먼저 신발을 확인하고, 침대에서 일어나기 전 발가락을 꺾는 스트레칭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작은 루틴이 결국 가장 빠른 회복의 시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