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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도 갱년기를 겪는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제 남편 이야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저도 그냥 "원래 나이 들면 피곤하지" 하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제부가 우울증으로 심하게 고생하는 걸 지켜보면서, 남편의 달라진 모습이 단순한 노화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국내 40대 남성의 26.9%, 50대의 31%가 남성 갱년기에 해당한다는 통계가 있는데, 정작 본인은 거의 모르고 지나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왜 자꾸 피곤할까 — 테스토스테론 감소의 실체
제 남편은 30년 넘게 아침마다 운동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퇴근 후 배드민턴, 주말 골프, 모임 총무까지 맡아 누구보다 바쁘게 살았는데, 50대 중반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우 출근해도 오전부터 축 처지고, 오후가 되면 그냥 몸이 꺼져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일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예전에는 운동을 하고 나면 개운해졌는데 이제는 운동을 해도 힘만 든다고 하는 겁니다. 이게 바로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 감소의 전형적인 신호입니다. 여기서 테스토스테론이란 남성 고환에서 분비되는 주요 남성 호르몬으로, 근육 생성, 골밀도 유지, 정신 기능, 성기능에 이르기까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전신에 관여하는 호르몬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은 30대부터 매년 약 1~1.2%씩 감소하기 시작해, 50대가 되면 20대 시절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집니다(출처: 경희의료원 비뇨의학과). 일반적으로 피로는 과로나 스트레스 탓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운동을 꾸준히 해도 회복이 안 된다면 호르몬 수치를 먼저 의심해 보는 것이 맞습니다. 남편이 딱 그랬습니다. 아픈 데는 없는데 하루 종일 기력이 없는 상태, 이것이 갱년기의 첫 신호였던 겁니다.
남자는 갱년기 없다고요? — ADAM 설문으로 하는 자가진단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부가 우울증 진단을 받고서야 가족들이 뒤늦게 "혹시 갱년기 아닌가?"라는 말을 꺼냈는데, 제부 본인은 자신이 갱년기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다고 했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갱년기는 여성만 겪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다만 차이가 있습니다. 여성은 폐경을 기점으로 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져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남성은 수십 년에 걸쳐 서서히 감소하기 때문에 본인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도구가 ADAM 설문지(Androgen Deficiency in Aging Males questionnaire)입니다. 여기서 ADAM이란 고령 남성의 남성 호르몬 결핍 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10 항목 증상 점수표로,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은 환자군에서 나타나는 대표 증상들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아래 10가지 항목 중 1번이나 7번에 해당하거나, 나머지 항목 중 3개 이상 해당되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해야 합니다.
- 성적 흥미가 감소했다
- 기력이 몹시 떨어졌다
- 근력 또는 지구력이 떨어졌다
- 키가 줄었다
- 삶에 대한 즐거움을 잃었다
- 슬프거나 불만감이 있다
- 발기의 강도가 떨어졌다
- 운동할 때 민첩성이 떨어졌다
- 저녁 식사 후 바로 졸린다
- 일의 능률이 떨어졌다
제 남편 기준으로 체크해 보면 절반 이상이 해당됩니다. 특히 저녁 식사 후 곧바로 잠드는 것, 예전만큼 운동에서 활력을 못 느끼는 것이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이걸 확인하려면 오전 7시~11시 사이에 혈액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테스토스테론은 새벽 5~8시에 가장 높고 오후로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에, 오전에 검사해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습니다.
방치하면 당뇨·심혈관 질환까지 — 갱년기가 몸에 미치는 영향
남성 갱년기를 그냥 "나이 탓"으로 넘기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 근육량이 줄고 체지방이 늘면서 복부비만이 생깁니다. 여기서 문제가 시작됩니다. 복부에 쌓인 지방 세포는 아로마타제(aromatase)라는 효소를 통해 테스토스테론을 에스트로겐, 즉 여성 호르몬으로 전환시킵니다. 쉽게 말해 지방이 많을수록 남성 호르몬은 더 빠르게 줄어드는 악순환이 생기는 겁니다.
이 악순환이 이어지면 근육을 에너지원으로 써야 할 당분이 흡수되지 못하면서 인슐린 저항성이 생깁니다. 여기서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분비되어도 혈당을 제대로 낮추지 못하는 상태로, 당뇨병의 핵심 원인이 됩니다. 실제로 남성 갱년기와 당뇨는 가장 흔하게 동반되는 질환입니다. 남성 호르몬 수치가 낮은 남성에게 대사증후군이 동반된 경우 관상동맥 질환 위험이 77.5%나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출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골밀도 저하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50세 이상 남성 8명 중 1명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을 경험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또 남편이 최근 부쩍 코를 심하게 골기 시작했는데, 수면 무호흡증이 남성 호르몬 분비를 더욱 떨어뜨리는 악화 요인이 된다는 사실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수면 5시간 제한만으로도 테스토스테론이 최대 15%까지 추가 감소한다는 연구가 있을 만큼, 수면의 질은 호르몬 건강과 직결됩니다.
호르몬 치료, 어떻게 받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남성 호르몬 수치 저하가 혈액 검사로 확인되고 뚜렷한 증상이 동반된 경우, 일차적으로 고려하는 치료가 남성 호르몬 보충 요법(TRT, Testosterone Replacement Therapy)입니다. 여기서 TRT란 감소한 테스토스테론을 외부에서 보충해 주는 치료법으로, 경구 약제, 근육 주사, 피부에 바르는 경피 제재, 코에 주입하는 방식 등 다양한 경로가 있습니다.
주사제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단기형은 3~4주마다 맞아야 하고 효과가 빠르게 올랐다가 빠르게 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반면 장기형은 8~12주 간격으로 맞고 체내에 천천히 흡수되어 호르몬 수치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어떤 방식이 본인에게 맞는지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제가 직접 알아봤을 때도, 동일한 치료법이라도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는 점을 여러 사례에서 확인했습니다.
치료를 받으면 가장 먼저 개선되는 증상은 우울감, 무기력증, 수면 장애입니다. 보통 3개월 이내에 성기능 개선 여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 주의해야 할 부작용도 있습니다. 전립선암이 의심되거나 확진된 경우, 중증 수면 무호흡증,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나 협심증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체내 혈색소 증가로 혈액이 끈적해지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어, 심혈관 질환이 있는 분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호르몬 치료만 받으면 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는 이건 좀 다르게 봅니다. 호르몬 치료와 운동을 병행한 그룹이 치료만 받은 그룹보다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갱년기 증상 모두 더 크게 개선됐고, 치료를 중단한 뒤에도 효과가 더 오래 유지됐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생활습관 교정 없이 주사만 맞는 것은 절반짜리 치료인 셈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남성 갱년기는 몇 살부터 시작되나요?
A. 일반적으로 40대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음주·흡연·스트레스·수면 부족 등으로 인해 발병 연령이 30대 후반까지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국내 40대 이상 남성 10명 중 3명이 갱년기 증상을 겪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본인이 30대라도 만성 피로나 무기력감이 지속된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전립선암이 생기지 않나요?
A. 호르몬 치료가 전립선암을 유발한다는 것은 오해입니다. 다만 이미 전립선암이 의심되거나 확진된 경우에는 치료를 받을 수 없습니다. WHO 연구에서 여성 호르몬 치료와 유방암의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고 밝혀진 것처럼, 남성 호르몬 치료와 전립선암 발생률 사이에도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료 전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운동만 해도 남성 갱년기가 개선될 수 있나요?
A. 운동이 테스토스테론 수치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근력 운동과 중등도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면 복부 비만 감소와 근육량 유지에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수치 저하가 뚜렷하게 확인되었다면 운동만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되기 어렵고, 호르몬 치료와 운동을 함께 할 때 효과가 가장 큽니다.
Q. 갱년기인데 왜 코골이가 심해졌나요?
A. 수면 무호흡증과 남성 갱년기는 서로 악화시키는 관계입니다. 수면 중 호흡이 반복적으로 끊기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하고, 이것이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돕는 LH 호르몬 분비를 억제합니다. 수면을 5시간으로 제한하면 테스토스테론이 최대 15%까지 추가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코골이가 심하다면 수면 무호흡증 검사도 함께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결론
제부의 우울증을 보면서 처음으로 "남편도 갱년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때, 사실 확신은 없었습니다. 그냥 피곤한 거겠지, 일이 많아서 그렇겠지 하고 넘기기가 쉬웠습니다. 그런데 ADAM 설문 항목을 하나씩 짚어보니 남편에게 해당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50대에 갱년기 증상이 시작되면 이후 수십 년을 그 상태로 버텨야 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 가능한 병임에도 "남자라서", "부끄러워서"라는 이유로 숨기다 상태를 키우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가까운 비뇨의학과에서 오전 중 혈액 검사 한 번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생활습관 교정과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면 삶의 질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 중 해당되는 분이 있다면, 옆에서 먼저 권해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비뇨의학과 양희조 교수 — 남성 갱년기 치료 / 부산MBC TV닥터인사이드 — 남성갱년기 사례 / KBS 생로병사의 비밀 — 남성 호르몬 저하 극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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