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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저와 함께 골프를 쳤던 최사장님이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50대 후반, 멀쩡히 배드민턴을 즐기시던 분이 발목 부상 후 침을 맞은 게 화근이었습니다. 진단명은 '파상풍'이었습니다. 이 일을 겪고 나서야 저는 비로소 파상풍이 얼마나 빠르고 잔인하게 진행되는 질환인지 뼛속 깊이 실감했습니다.

증상과 잠복기 — 무섭도록 조용히 다가온다
최사장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더 빨리 병원에 가지 않으셨을까"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파상풍의 가장 무서운 특성입니다. 잠복기 동안 증상이 거의 없어서, 감염된 줄도 모르고 며칠을 그냥 보내게 됩니다.
파상풍의 잠복기는 평균 8일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짧게는 3일, 길게는 3주 이상 지나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잠복기가 짧을수록 예후가 나쁘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최사장님은 침을 맞은 그날 저녁부터 뒷목이 뻣뻣해지기 시작하셨다고 하니, 잠복기가 매우 짧았던 케이스였습니다.
증상의 시작은 보통 개구장애(trismus)에서 출발합니다. 개구장애란 입을 제대로 벌리지 못하는 상태로, 음식을 씹거나 삼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 증상이 점점 목, 등, 배 근육으로 퍼지면서 전신 강직으로 이어집니다. 심한 경우에는 후궁반장(opisthotonus)이 나타납니다. 후궁반장이란 척추가 뒤로 활처럼 휘어지는 상태로, 보기만 해도 고통이 느껴지는 자세입니다. 호흡 근육까지 수축이 오면 호흡마비로 이어질 수 있고, 이것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됩니다.
사망률은 문헌마다 차이가 있지만 10%에서 90%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특히 고령자나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예후가 더 나쁩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못에 찔려도 금세 아물었는데, 50대를 넘기면서 상처 회복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을 직접 느낍니다. 몸의 면역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파상풍균이 들어오면 그 결과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최사장님의 사례가 그것을 너무 선명하게 보여줬습니다.
- 잠복기: 평균 8일, 최단 3일~최장 3주 이상
- 초기 증상: 개구장애(입이 안 벌어짐), 목 뻣뻣함, 삼킴 곤란
- 진행 증상: 전신 근육 경직, 고열, 혈압 상승, 호흡 곤란
- 중증 증상: 후궁반장(척추가 뒤로 활처럼 휨), 호흡마비, 간질 발작
- 사망률: 치료 환경에 따라 10~90%까지 보고됨
예방접종 — 내가 마지막으로 맞은 게 언제인지 기억하시나요
최사장님 소식을 들은 그 주에, 저를 포함해서 인도네시아에 있는 지인들은 한국에 다녀오는 길에 모두 파상풍 주사를 맞았습니다.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솔직히 그전까지는 어릴 때 맞은 예방접종으로 평생 면역이 유지되는 줄 알았습니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이었습니다.
파상풍 예방접종 체계를 살펴보면, 영유아기에 DT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혼합 백신을 생후 2개월, 4개월, 6개월에 3회 기본 접종하고, 생후 15~18개월, 4~6세, 만 11~12세에 추가 접종을 합니다. 문제는 그 이후입니다. 만 12세 이후부터는 10년마다 Td(디프테리아·파상풍) 또는 Td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추가 접종이 권장됩니다. 여기서 Td란 성인용 항원 용량으로 조정된 2가 혼합 백신이고, Tdap은 백일해 항원이 추가된 3가 백신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10년마다 추가 접종을 꼬박꼬박 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파상풍은 한 번 걸렸다고 해서 면역이 생기지 않는 질환이기 때문에, 예방접종이 사실상 유일한 예방 수단입니다(출처: WHO 파상풍 팩트시트).
병원에서는 파상풍 예방접종력을 기준으로 처치 방법을 결정합니다. 3회 이상 접종을 완료한 경우에도 마지막 접종 후 10년이 경과했다면 추가 접종을 시행합니다. 만약 지저분하거나 큰 상처라면 5년이 지난 시점부터 추가 접종 대상이 됩니다. 접종 완료 여부가 불분명하거나 3회 미만인 경우에는 면역글로불린(TIG, Tetanus Immunoglobulin)까지 함께 투여합니다. 면역글로불린이란 이미 체내에 형성된 항체를 직접 주입해 독소를 즉각 중화시키는 제제로, 백신보다 빠르게 작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상처관리 — 작은 상처가 목숨을 위협할 수 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강조해도 부족합니다. 녹슨 못에 찔릴 때만 파상풍을 걱정하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일상의 아주 작은 상처도 파상풍 감염 경로가 될 수 있습니다. 최사장님의 경우처럼 침 시술 자국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파상풍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니(Clostridium tetani) 균은 토양, 동물 분변, 먼지 속에 포자 형태로 존재합니다. 클로스트리디움 테타니란 혐기성 세균, 즉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증식하는 세균으로, 깊은 상처 안쪽처럼 외부 공기가 닿지 않는 곳에서 특히 활발하게 독소를 생산합니다. 이 독소가 신경계를 타고 올라가면서 근육 경련과 마비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감염 경로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농작업 중 낫에 베이는 경우, 개나 고양이에 물리거나 할퀸 상처, 피어싱이나 문신 시술, 화상이나 압박 상처, 심지어 치과 치료 후에도 파상풍 감염이 보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인도네시아처럼 맨발 보행이나 야외 활동이 잦은 환경에서는 이 위험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상처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비누로 충분히 씻는 것입니다. 그다음은 지체 없이 병원에 가는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괴사 조직을 제거하는 창상 처치(wound debridement)를 시행합니다. 창상 처치란 감염의 온상이 될 수 있는 죽은 조직을 외과적으로 제거해 균의 증식 환경 자체를 없애는 처치를 말합니다. 파상풍이 이미 발병한 경우에는 외부 자극을 최소화한 조용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입원 치료가 필수이며, 항독소 면역글로불린 투여, 항생제 사용, 근이완제 투여, 호흡 보조 등 복합적인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안타깝게도 특효약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예방이 치료보다 훨씬 중요한 질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어릴 때 파상풍 예방접종 맞았으면 평생 면역되는 거 아닌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파상풍 항체는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기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에도 10년마다 Td 또는 Tdap 추가 접종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맞은 시점이 10년이 넘었다면 지금 바로 접종을 고려해보시길 권장합니다.
Q. 파상풍은 녹슨 못에 찔렸을 때만 걸리는 거 아닌가요?
A. 많은 분들이 그렇게 알고 계시지만 사실과 다릅니다. 나무 가시에 찔리거나, 개나 고양이에 물리거나, 화상을 입거나, 심지어 침 시술 후에도 파상풍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토양이나 분변 속에 있는 파상풍균 포자가 어떤 경로로든 피부 안으로 들어가면 감염이 가능합니다.
Q. 상처가 작아서 병원 안 가도 될 것 같은데, 꼭 가야 하나요?
A. 상처의 크기보다 깊이와 오염 정도가 더 중요합니다. 파상풍균은 산소가 적은 깊은 상처 안쪽에서 잘 증식하기 때문에 겉보기에 작은 상처라도 방심은 금물입니다. 특히 예방접종 이력이 불분명하거나 마지막 접종 후 5년 이상 경과했다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의사의 판단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Q. 파상풍 증상이 나타나면 치료하면 되지 않나요?
A. 치료가 가능하기는 하지만 특효약이 없고, 사망률이 최대 90%까지 보고될 만큼 예후가 불확실합니다. 발병하면 항독소 면역글로불린 투여, 항생제, 근이완제, 호흡 보조 등 복합 치료가 필요한 중증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방접종으로 막을 수 있는 병인 만큼,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Q. 맨발걷기 유행하는데, 파상풍 위험이 있나요?
A. 위험이 있습니다. 맨발로 흙을 밟다가 작은 상처가 생길 경우 토양 속 파상풍균 포자가 침투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분비물이 묻은 땅을 걷는 경우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맨발걷기를 즐기신다면 최근 10년 이내에 파상풍 예방접종을 했는지 먼저 확인해보시길 권장합니다.
결론
최사장님을 떠나보내고 나서, 저는 일상에서 생기는 작은 상처를 바라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파스 하나 붙이고 넘겼을 일들이, 이제는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50이 넘으면 면역 기능이 떨어지고 상처 회복도 느려지는데, 그 상태에서 파상풍균이 들어오면 20~30대와는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이 글을 통해 드리고 싶은 말은 하나입니다. 지금 당장 마지막으로 파상풍 예방접종을 맞은 시점을 확인해 보십시오. 10년이 넘었다면 가까운 내과나 정형외과에서 Td 또는 Tdap 추가 접종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상처가 생겼을 때, 크고 작음을 떠나 비누로 충분히 씻고 병원에서 처치를 받는 것을 습관으로 만드시길 바랍니다. 좋아하는 취미 생활을 오래 즐기고 싶다면, 이 작은 습관 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큰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wufiB_flYzk / https://www.youtube.com/watch?v=uNIaqoe94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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