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시니어 건강

여성 하지정맥류 (판막 손상, 치료 시기, 생활 관리)

papauskaya 2026. 10. 2. 15:48

목차


    오후만 되면 다리가 천근처럼 무겁고, 양말을 벗으면 발목에 깊은 자국이 남는 경험, 한 번쯤 있으시지 않습니까. 저는 단골 식당 여자 사장님께서 결국 하지정맥류 수술을 받으러 한국에 다녀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다리 피로 증상이 갑자기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정맥류는 국내 인구의 약 2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하지만, 정작 '언제 병원에 가야 하는지'를 아는 분은 많지 않습니다.

     

    판막 손상이 부르는 악순환 — 하지정맥류의 구조와 단계

    하지정맥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정맥 판막(venous valve)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여기서 정맥 판막이란, 발 끝에서 심장 방향으로만 혈액이 올라가도록 잡아주는 일종의 '역류 방지 밸브'입니다. 동맥은 심장이 직접 혈액을 짜서 보내지만, 정맥은 종아리 근육의 수축에만 의존해 중력을 거슬러 혈액을 올려 보내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판막 하나하나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출처: 서울아산병원).

    판막이 손상되면 혈액이 거꾸로 흘러내리는 정맥 역류(venous reflux)가 발생합니다. 정맥 역류란, 쉽게 말해 올라가야 할 혈액이 다시 아래로 쏟아지는 현상입니다. 이렇게 역류된 혈액이 정맥 내 압력을 높이고, 높아진 압력이 다시 판막을 망가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혈관이 구불구불하게 튀어나오는 것이 바로 하지정맥류입니다.

    그런데 이 질환은 사실 단독으로 보기보다 만성 정맥 부전(chronic venous insufficiency)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만성 정맥 부전이란 정맥이 혈액을 심장으로 돌려보내는 기능이 장기간에 걸쳐 떨어진 상태를 가리키며, 하지정맥류는 그 6단계 분류 중 2단계에 해당합니다. 1단계는 실핏줄처럼 가는 혈관이 퍼지는 모세혈관확장증이고, 3단계부터는 다리 부종이 동반됩니다. 4단계에서는 피부가 갈색으로 변하고 딱딱해지며, 6단계에 이르면 복사뼈 안쪽에 궤양이 생겨 진물이 나옵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중요한 사실은, 모든 환자가 6단계까지 진행하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어떤 분은 30년이 걸리고, 어떤 분은 평생 2단계에 머무르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박 사장님 종아리를 봤을 때 혈관이 상당히 도드라져 나와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는 얼마나 심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걸 나중에 알았습니다. 혈관이 겉으로 많이 튀어나와 있어도 통증이 없는 분이 있고, 눈에 잘 띄지 않아도 다리가 무거워 일상생활이 힘든 분도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더 잘 걸릴까 — 주요 위험 요인

    60대 이신 박 사장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왜 특히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걸까'가 계속 궁금했습니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것이 가장 흔한 원인이지만, 에스트로겐(estrogen)과 같은 여성 호르몬도 정맥 벽에 영향을 줍니다. 에스트로겐이란 여성의 생식 기능과 관련된 대표 호르몬으로, 과잉 분비되면 혈액 응고 과정에 관여해 혈전 생성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박 사장님이 50대 초반 폐경 이후 다리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하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폐경 이후에는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콜라겐 합성이 줄고, 정맥 탄력이 함께 낮아지는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힙니다.

    •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직업 (교사, 요리사, 서비스직 등)
    • 임신 경험 또는 여성 호르몬 변화 (폐경 포함)
    •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는 사무직
    • 고령 (정맥 탄력 저하 및 종아리 근육 감소)
    • 가족력 (유전적 요인)
    요약: 정맥 판막이 손상되면 역류와 압력 상승이 악순환을 일으키고, 만성 정맥 부전 6단계 중 어느 시점에 있는지에 따라 치료 시기가 결정됩니다.

     

    언제 수술해야 할까 — 치료 시기와 수술 후 생활 관리

    사실 저는 박 사장님이 오래 참으신 것이 마냥 나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하지정맥류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조기에 수술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의견이 있기 때문입니다. 혈관이 밖으로 약간 튀어나온 정도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보통 10년 이상 걸리기도 합니다. 통증이나 부종이 심하지 않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초기라면 압박스타킹을 착용하고 경과를 지켜보는 것도 충분한 선택지입니다.

    그러나 박 사장님처럼 저녁만 되면 다리가 너무 아프고, 수면 중 종아리에 쥐(근경련)가 자주 나며, 혈관이 눈에 띄게 도드라지는 단계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특히 피부 색소 침착이나 피부 궤양이 동반됐다면, 치료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됩니다. 치료 없이는 피부 병변이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면서 결국 더 심한 상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수술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망가진 혈관을 직접 제거하는 발거술(stripping)이고, 다른 하나는 바늘로 혈관 안쪽에 고주파나 레이저, 또는 의료용 접착제를 주입해 혈관을 막는 시술입니다. 최근에는 발거술보다 레이저·고주파 방식이 우선 권고되고 있으며, 시술 직후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한 수준입니다. 박 사장님께서도 수술 후 한국에서 압박스타킹을 여러 켤레 사 오셨는데, 이건 수술 후에도 정맥 혈류를 돕는 데 꼭 필요한 처치입니다.

    수술 이후가 진짜 시작 — 박 사장님의 변화

    제가 진짜 인상 깊었던 건 수술 자체가 아니라 수술 이후 박 사장님의 생활 변화였습니다. 수술 전에는 쉬는 날에도 다리가 너무 무거워 아무것도 못 하셨는데, 지금은 아침마다 걷기 운동을 하시고, 점심 손님이 빠지는 오후 3시에는 헬스장에서 또 걷기를 하신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는 365일 여름이다 보니 야외 걷기는 60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어서, 실내에서 운동하신다는 점도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식당에서 잠깐 앉아 쉬실 때도 발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반복하시는 모습을 보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그 작은 동작이 종아리 근육을 수축시켜 정맥 혈류를 심장 쪽으로 밀어 올리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밤에는 쿠션으로 다리를 심장보다 높이 올려놓고 주무신다고 하셨는데, 이 역시 중력을 이용해하지에 고인 혈액이 위쪽으로 돌아오도록 돕는 방법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생활 습관들은 수술을 받은 분들만이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도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요약: 피부 색소 침착이나 궤양이 생겼을 때는 즉각 치료가 필요하며, 수술 후에도 걷기 운동, 발꿈치 들기, 다리 올리고 수면하기 같은 꾸준한 생활 관리가 재발 예방의 핵심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지정맥류, 혈관이 많이 튀어나와 있으면 수술을 빨리 해야 하나요?

    A. 겉으로 보이는 혈관 돌출 정도와 증상의 심각도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습니다. 혈관이 많이 튀어나와도 통증이나 부종이 없다면 압박스타킹 착용과 경과 관찰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피부 색깔이 변하거나 궤양이 생기는 4단계 이상이라면 치료 시기가 됐다고 봐야 합니다.

     

    Q. 하지정맥류 수술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가요?

    A. 레이저나 고주파를 이용하는 시술의 경우 당일 퇴원 후 일상생활 복귀가 가능합니다. 약간의 불편감은 있을 수 있지만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의 통증은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단, 수술 후 압박스타킹 착용과 걷기 운동 등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것이 회복에 훨씬 중요합니다.

     

    Q. 하지정맥류가 심장이나 다른 장기에도 나쁜 영향을 주나요?

    A. 하지정맥류 자체가 심장에 직접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만성 정맥 부전이 장기간 방치되어 피부 궤양이나 심한 부종으로 이어지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지므로, 증상이 진행되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압박스타킹은 어떤 효과가 있고, 꼭 신어야 하나요?

    A. 압박스타킹은 다리를 외부에서 눌러주어 정맥이 피를 심장으로 올려보내는 일을 덜어주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수술 전에는 증상 완화와 진행 억제에, 수술 후에는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오래 서서 일하는 분이라면 수술 여부와 상관없이 근무 시간 중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다리 피로를 줄이는 데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결론

    박 사장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가 깨달은 건 하나입니다. 하지정맥류는 무조건 빨리 수술한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무조건 참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피부 병변이 생기거나 통증이 일상을 방해하는 수준이 됐다면 그때가 치료 시기라는 것, 그리고 수술보다 수술 후 생활 습관이 장기적인 결과를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오래 서 있는 직업을 가지셨거나, 오후만 되면 다리가 묵직하게 느껴지신다면 지금 당장 압박스타킹부터 시작해 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리고 혈관이 눈에 띄게 도드라지거나 피부색이 변하기 시작했다면 혈관외과 전문의 상담을 더 이상 미루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박 사장님이 어서 쾌차하셔서 제가 저녁 퇴근 후에, 박 사장님과 함께 소불고기에 소주 한 잔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참고: 서울대학교병원 건강톡톡 — 하지정맥류 원인·증상·치료 / 친절한 영양약사 — 에스트로겐과 혈전 생성 / 서울아산병원 건강플러스 — 하지정맥류 원인부터 치료까지